최종 합격의 기쁨도 잠시, 인사팀에서 내민 근로계약서 앞에서 펜을 들고 망설였던 경험, 없으신가요? 빼곡한 글씨와 낯선 법률 용어에 '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제대로 읽지도 않고 서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는 앞으로 이어질 나의 직장 생활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법적 문서입니다.
저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모르고 연봉 총액만 확인한 채 넘어갔다가 나중에 연차나 야근 수당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는 단순히 입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나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는 '약속'입니다. '몰라서 당하는' 직장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소중한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8가지 필수 사항을 꼼꼼히 짚어드립니다.
✨ 이 글의 목차
🎯 1. 근로계약서, 왜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받아야 할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등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근로자의 요구와 상관없이 반드시 교부하도록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구두 계약도 효력은 있지만, 나중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면 근로자가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서면 근로계약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노동 분쟁에서 나의 권리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증거입니다.
"입사 첫날, 혹은 늦어도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회사 보관용과 근로자 보관용 총 2부를 작성하여 서명한 뒤, 1부는 내가 직접 보관해야 합니다. '나중에 챙겨줄게요'라는 말만 믿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임을 기억하세요.
🎯 2. 1단계: 근로계약기간 (정규직 vs 계약직, 시작과 끝)
근로계약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근로계약기간'입니다. 이 항목을 통해 내가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 '근로개시일'만 있고, 종료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정규직' 근로자입니다.
-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경우: 'YYYY년 MM월 DD일부터 YYYY년 MM월 DD일까지'와 같이 시작과 끝이 명시되어 있다면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입니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 계약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전환되므로, 계약 갱신 시점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또한, 3개월 이내의 수습(인턴) 기간을 두는 경우, 그 기간과 수습 기간 중의 임금 조건(통상임금의 90%까지 지급 가능)이 명시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 3. 2단계: 근무 장소와 업무 내용 (내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
'근무 장소'와 '업무 내용'은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공간과 역할의 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조항입니다.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무지를 변경하거나 계약과 전혀 다른 업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본사, 마케팅팀"으로 근무 장소와 부서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면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부산 지사로 발령 내기 어렵습니다. 업무 내용 역시 '마케팅 업무 전반'과 같이 포괄적으로 기재되기보다는, '디지털 광고 캠페인 기획 및 운영'처럼 구체적으로 명시될수록 좋습니다.
면접 때 이야기했던 직무와 계약서상의 업무 내용이 다르다면, 반드시 서명 전에 인사담당자에게 확인하고 수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향후 업무 범위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 4. 3단계: 소정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워라밸의 시작)
'소정근로시간'이란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일하기로 정한 시간을 말합니다. 이 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과 각종 수당이 계산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1일 8시간, 1주 40시간" 또는 "09:00부터 18:00까지" 와 같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합니다. 이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며,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신입사원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입니다. '09시 출근, 18시 퇴근'이면 9시간인데 왜 8시간 근무일까? 바로 중간의 점심시간 1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빠지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 "휴게시간: 12:00 ~ 13:00" 와 같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 5. 4단계: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및 지급방법 (가장 중요한 내 월급)
근로계약서의 꽃, 바로 '임금' 조항입니다. 많은 분들이 연봉 총액만 확인하고 넘어가지만, 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임금이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 임금 항목 필수 체크리스트
- 임금 구성항목: 기본급, 직책수당, 식대 등 각종 수당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상여금 및 성과급 포함 여부: 연봉에 상여금이나 성과급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니면 별도로 지급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퇴직금 포함 여부: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연봉 퇴직금 포함 계약'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퇴직금은 반드시 별도로 정산하여 지급해야 합니다.
- 지급일 및 지급방법: 월급이 매월 며칠에, 어떤 방법(계좌이체 등)으로 지급되는지 확인합니다.
임금 총액이 2025년 최저임금 이상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월급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시급보다 낮아서는 안 됩니다. 특히 식대나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으니 꼼꼼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 6. 5단계: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 (쉴 권리도 소중하다)
일한 만큼 쉬는 것도 근로자의 중요한 권리입니다. 계약서에는 휴일과 휴가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 휴일: 1주 동안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는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주휴일)을 주어야 합니다. 보통 일요일을 주휴일로 정하며, 이날 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주휴수당)이 지급됩니다. 또한, '근로자의 날(5월 1일)'도 유급휴일입니다.
- 연차 유급휴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5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집니다. 1년 미만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합니다. 계약서에 이러한 연차 유급휴가 부여 기준이 근로기준법에 맞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연차 사용 촉진 제도'를 시행하는지,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은 어떻게 지급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 7. 6단계: 포괄임금제 계약의 함정과 확인 사항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포괄임금제'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미리 월급이나 연봉에 포함하여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일부 직종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지만, 많은 기업에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도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아무리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을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근로계약서가 포괄임금제 계약이라면, 월급에 몇 시간 분량의 초과근무수당이 포함되어 있는지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 10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합니다. 만약 약속된 초과근무시간을 넘어 일했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업무라면, 포괄임금제 계약이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으므로 체결에 신중해야 합니다.
🎯 8. 7단계: 계약서에 없는 내용? "근로기준법이 우선한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부분은 무효가 되고, 근로기준법의 기준이 대신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연차 유급휴가는 연 10일로 한다"고 적혀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15일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 조항은 무효가 되고, 근로자는 15일의 연차를 보장받습니다. 또한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 역시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에 다소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최저 기준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법에 맞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 결론: 근로계약서는 당신의 권리장전입니다
근로계약서는 단순히 입사를 위한 통과의례가 아닙니다.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규정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가장 중요한 '권리장전'입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잘 모른다는 이유로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서명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8가지 필수 확인 사항을 바탕으로, 계약서의 모든 조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궁금한 점은 당당하게 질문하세요. 근로계약서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 근로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는 회사야말로 믿고 일할 수 있는 좋은 회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응원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